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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까다롭다 여기던 나는 어른이 골라주신 집에 따지지 않고 신혼으로 들어왔다. 스스로에게 지친 면이 없지 않아서 피곤했고 티를 내며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싶었다. 100%의 개인적 만족은 욕심으로 치부하고 완벽을 위한 노력은 쉽게 포기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사실 따져 고르고 싶어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집을 보러 다닌 적이 없어 잘 아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골라 봤자 라는 마음이 컸다. 그 집에서 처음 맞게 된 계절은 봄부터 시작되어 나름 적당한 만족으로 위안하며 지냈으나 마음속에서 희미했던 걱정은 겨울이 되자 현실의 문제로 도드라졌다.

 개인적인 긴 경험과 짧은 견해로 살 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일조량이었다. 해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이 주된 이유였고 창이 남쪽으로 뚫려있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었다. 정확한 남향집의 의미조차 잘 몰랐던 나는 과거에 해가 깊이 들어오는 시간에 느껴지는 좋은 기분을 추상적으로 원해 왔을 뿐이었다. 새로 들어올 집을 보았을 때 창이 작긴 했지만 양쪽으로 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향은 집의 구조에 따라 한번더 따져 봐야 하는 중요 요소였다.

 해가 떠도 쨍하게 밝지 않는 집은 신기하게도 빛이 깊이 들어오지 않았다. 밭게 지어진 옆의 건물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겨울이 되자 마치 새벽과도 같은 어스름한 아침에 형광등으로 부족한 빛을 더해야 했다.

 

  •  취미로 즐길 정도는 아니지만 원예를 좋아하는데 식물을 키울 예정이라면 북향 베란다는 피해야 한다. 봄에 이사를 와서 여름을 겨우 버텨낸 선인장은 겨울이 되어가니 해가 짧아져 시들시들한 모양을 보이기 시작했다
  • 직접적인 햇빛이 쏟아지진 않아도 남쪽에 창을 둔 거실과 안방은 큰 문제가 없지만 북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베란다는 곰팡이의 공포가 심각해서 창고로 쓰기도 어려운 공간으로 낭비되고 있다. 쌓아둘 만큼 짐이 많지 않아 천만 다행이었다.
  • 베란다에서 가장 북쪽 끝으로 위치한 세탁실은 수전의 위치로 정해졌다. 집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적절한 위치를 잡는데 매우 애를 썼는데 빨래 건조대를 거실에 두고 싶지는 않았다. 습해도 억지로 널게 된 빨래 건조 위치는 여름이 지나고부터는 더욱 습기 마를 날이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방에 널어 한 번 더 말리는 일이 허다하다

베란다와 연결된 북동쪽의 작은 방에는 이불과 옷을 보관하게 되었고 벽면 선반 구석마다 제습제를 넣어 두었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 여름이 끝날 시기에 두 번이나 교체를 했다.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계속 신경을 써줘야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직접적인 살림과 관리는 집구조의 중요성을 확실히 배우게 했다.

거실과 안방이 남쪽을 향하고 있지만 베란다가 북쪽에 있어서 단점이 생긴 듯하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북쪽 베란다 근처 공기가 매우 차다. 그래서인지 더욱 들어갈 일이없는 방이 되었다. 이전과 다르게 우리는 주로 사용하는 방이 안방뿐이라 북쪽에 위치한 방에 보일러를 막아 두었는데 좋은 방법은 아닌 듯하다. 신혼부부인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는 4인 가족이 살았던 집이었다. 방마다 사용자가 있다면 끊임없이 공기가 돌고 더 잦은 관리로 문제가 덜하지 않았을까. 사용하기 나름이지만 집의 설계 목표에 따라 불편함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