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일피일 미뤄왔던 거실의 한쪽 벽면 도배를 드디어 해버리고 말았다. 오래된 집에 이사 들어오며 모든것은 그대로 두고 오래된 벽지만 새로 했는데 도배 당시에 부재 중이었던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남겨진 포인트 벽지의 강렬함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시간으로도 익숙해지지 않는 무늬를 덮어버리기 위해 도배를 원하는 것은 나였으나 혼자 하기는 두려웠다. 함께 해주겠다는 기약없는 남편의 약속에 그냥 이사를 가게 될 것 같았지만 종종 꾸준한 검색으로 다양한 정보를 기억해 두었다. 작은 시트지였지만 유사한 몇번의 경험으로 체득한 노하우가 있었다. 수직을 맞춰가는 순서, 기포를 최소화 시키는 밀대의 방향과 적절하게 분산 시키는 힘 등 상상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10개도 안되는 벽지는 3, 4시간이 걸릴 것이..

향긋한 냄새를 좋아하지만 보이지 않는 향기가 삶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섬유유연제에 향기가 없었다면 이 정도로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었을까. 요즘에는 디퓨져나 캔들을 선물로 받거나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향기는 끊임없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나의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꽃을 대체하여 만들어진 가짜, 오로지 좋은 향을 위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공기 중의 단순한 화학적 물질로 치부했었다. 그저 탐욕을 부르는 완벽한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향기였지만 아로마 효과에 대한 정보는 다른 면을 보게 했다. 내가 구매한 것은 내게 안정을 주는 비가시적 물질인 아로마의 효과, 혹은 나의 마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의, 식, 주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

주인의 일상에 맞추어 잘 정리된 방은 좋은 인상을 주는 것과 더불어 편안하고 체계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깔끔함을 추구하지만 결벽증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단순한 정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효율성이다. 물건들의 오와 열을 맞추어 진열하지는 않아도 마구잡이로 쌓여있지 않고 적절한 위치에 있다면 무언가를 찾기 위해 들이는 노고를 아낄 수 있다. 따져보면 모두 다 쓰는 물건인데 청소 깔끔하게 하자고 몽땅 버릴 수도 없고,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어도 깔끔한 집을 위해 가벼운 노동으로 최대의 효과를 찾아보자. 초보적 정리 기술을 갖고 있을 땐 오히려 매일 쓰는 물건을 집어넣는 정리가 비효율 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리하라는 잔소리를 듣기 싫은 마음에 이뤄낸 정신승리이고 물건마다 적당한 위치를 잡..

자신을 까다롭다 여기던 나는 어른이 골라주신 집에 따지지 않고 신혼으로 들어왔다. 스스로에게 지친 면이 없지 않아서 피곤했고 티를 내며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싶었다. 100%의 개인적 만족은 욕심으로 치부하고 완벽을 위한 노력은 쉽게 포기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사실 따져 고르고 싶어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집을 보러 다닌 적이 없어 잘 아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골라 봤자 라는 마음이 컸다. 그 집에서 처음 맞게 된 계절은 봄부터 시작되어 나름 적당한 만족으로 위안하며 지냈으나 마음속에서 희미했던 걱정은 겨울이 되자 현실의 문제로 도드라졌다. 개인적인 긴 경험과 짧은 견해로 살 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일조량이었다. 해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이 주된 이유였고 창이 남쪽으로 뚫려있는 것이 전부..

능동적인 선택에 의해 주변에 존재하는 물건을 보면 역으로 나를 알 수 있다. 지극히 주관에 맞춰 작은 방 하나조차 채워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추상적으로 꿈꾸는 내면의 이상이 집으로 시각화되며 어설픔을 드러낼까 두려웠다.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었지만 능력을 믿지 못하고 첫 신혼집과 가구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수십 년을 살며 알게 된 가장 큰 교훈은 마음은 쉽게 변하고 예쁘다는 생각의 기준에 따르는 기호도 움직인다는 것이다. 변심에 의한 낭비는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치와 가능한 예산에 맞춰 현실적으로 구해진 집은 옛날의 흔적으로 가득했고 더불어 가구는 실내를 구성하는 색상에 맞춰 가장 무난한 쪽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을 따지자면 앤틱이나 럭셔리도 좋아하지만 이런 예쁜 모양..

결혼을 결정하고 가구를 고르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이었다. 대충 필요한 것만 사면 안 되는 건지 한 번에 모든 것을 골라야 한다는 압박에 어려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물건을 사는 것은 중독이 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즐거운 일인데 혼수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혼 준비에는 나의 취향을 찾는 것도 미션이다. 신혼집은 기본 틀이 없다. 다양하고 다른 물건이 한군데 모여 완벽히 어우러지기는 원래 어렵다. 함께 가는 첫걸음이 되는 집에는 나와 남편의 취향을 갈고 섞어서 녹여내야 한다. 집의 분위기는 수백 가지의 선택지 중에 골라야 하는 물건들이 크게만 열 가지가 넘게 있다. 통장의 사정에 한계가 없고 두 사람의 성향이 대립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팍팍하다고 해도 모든 게 쉽게 제공되는 도시 생활, 처음부터 항상 그곳에 존재해서 편리함을 받고 있는지도 몰랐던 부분들이 있다. 옛 빌라의 구조에서 몇 달의 생활로 집의 설계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보통 빌라는 아파트보다 작은 규모의 업체에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비교적 전체적인 감리가 허술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집을 사용하는데 느껴지는 불편함이 그러한 부분에서 비롯된 문제인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가능성이 더 큰 것은 사실이고 때문에 오래 전에 지어진 집, 특히 유명한 시공사에서 진행한 건물이 아닌 경우를 보러 갈 때에는 너무나 당연한 부분, 필수인 실용적 요소가 뭔지 알고 더 잘 따져봐야 한다. 사용의 변화 콘센트 첫 이사 즈음부터 당황했던 부분은 좁디좁..

어린시절 충격의 이벤트였던 imf의 영향으로 현실의 족쇄를 획득한 나는 작은 사치조차 죄악시 여겼다. 군것질도 값를 따져가며 하는 내가 인테리어에 관한 소비를 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분위기를 내는 작은 소품이나 장식품 같은 것들은 청소에 방해되는 짐이라고 생각했고 언제나 항상 실용성과 가성비를 따져 필요한 물건만을 구매해 왔다. 알뜰살뜰 학자금을 갚고 모은 돈을 사용해 결혼을 해서 체리색 몰딩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집을 얻을 때에도 깨닫지 못하던 욕구가 깨어났다. 사실 알면서 외면 해오던 것이었다. 나는 예쁜 것들을 너무 좋아한다. 안정적인 균형과 비율에서 적당한 변화가 주는 짜릿함은 내가 행동하는 모든 이유에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창밖의 풍경조차 없이 사용의 흔적만이 물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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