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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긋한 냄새를 좋아하지만 보이지 않는 향기가 삶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섬유유연제에 향기가 없었다면 이 정도로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었을까. 요즘에는 디퓨져나 캔들을 선물로 받거나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향기는 끊임없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아로마 향을 입은 물건들은 정신적 만족을 채워준다 .

 나의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꽃을 대체하여 만들어진 가짜, 오로지 좋은 향을 위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공기 중의 단순한 화학적 물질로 치부했었다. 그저 탐욕을 부르는 완벽한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향기였지만 아로마 효과에 대한 정보는 다른 면을 보게 했다. 내가 구매한 것은 내게 안정을 주는 비가시적 물질인 아로마의 효과, 혹은 나의 마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의, , 주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과거에는 삶의 차이가 유와 무 사이에 있었다면 현재는 작은 요소들로 인해 보다 더 복잡해졌다. 세상에 많은 인구수만큼 삶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이제는 잘 사는 것이 잘 먹고 잘 입는 것에 그치지 않게 된 것이다. 비싼 집, 명품 옷, 귀한 음식을 넘어 새로운 것들이 현대의 삶을 채우게 되었다.

 

 더 잘살기 위한 요소 중에 하나인 문화생활은 가끔 스트레스가 된다.

 가장 처음 접하게 되었던 문화생활은 즐거움과 함께 교육을 제공하는 동화와 동요였을 것이다. 이후 학교를 다니며 밀도 높은 배움을 위해 공부를 제외한 활동은 오락으로 분리되었고 시간을 사치스럽게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 과정이 건강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문화생활을 필요 없는 낭비로 여기는 생각의 고리가 남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며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나는 순수예술을 전공했음에도 관련 없는 생업으로 문화생활과 거리가 멀어졌다. 그나마 가볍게 듣고 볼 수 있는 음악과 영화로 좁혀진 여가활동도 쉬는 기분을 주지 못했고 점차 횟수가 더욱 드물어졌다. 오래전부터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영화나 음악, , 전시 등에는 최소한 몇 퍼센트의 지분을 내주어야 할까. 일 년에 한 번? 하루에 한 번?

 

 뛰어난 네트워크와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쉽게 볼 수 있는 타인의 생활에는 저마다의 취미가 있다. 삶을 충분히 누리는 듯 보이는 사람들에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특별한 활동이 문화생활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진정 원하는 문화생활이 아니라면, 당장 여유가 없다면 억지로 즐기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모든 삶의 행위가 책상 앞에서 이루어지던 학생 시절에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분류를 하던 판단 기준을 떠올려보면 일정한 체계를 정해서 불필요한 것을 줄이거나 없애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쓸데없고 성장과정의 추억을 담은 추상적인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를 소중하게 보관하곤 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좋은 향기로 마음에 안식을 얻고 오래된 물건을 보며 좋았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지만 빈곤한 정서를 원하지는 않는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하는 사치스러운 시간 낭비를 하거나 미니멀리스트여도 쓸데 없는 물건을 구매에 두려움을 지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