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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피일 미뤄왔던 거실의 한쪽 벽면 도배를 드디어 해버리고 말았다.
오래된 집에 이사 들어오며 모든것은 그대로 두고 오래된 벽지만 새로 했는데 도배 당시에 부재 중이었던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남겨진 포인트 벽지의 강렬함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시간으로도 익숙해지지 않는 무늬를 덮어버리기 위해 도배를 원하는 것은 나였으나 혼자 하기는 두려웠다. 함께 해주겠다는 기약없는 남편의 약속에 그냥 이사를 가게 될 것 같았지만 종종 꾸준한 검색으로 다양한 정보를 기억해 두었다.
작은 시트지였지만 유사한 몇번의 경험으로 체득한 노하우가 있었다. 수직을 맞춰가는 순서, 기포를 최소화 시키는 밀대의 방향과 적절하게 분산 시키는 힘 등 상상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10개도 안되는 벽지는 3, 4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손을 꽤나 잘 쓰는 편이라 스스로를 믿었지만 사실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다.
어서 근자감의 망상을 현실로 증명하고 싶은 나와 달리 남편은 전무한 경험과 망침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저했다. 일요일 점심시간, 결국 해보고 망하면 전문가를 불러서 해결하자는 결론이 났고 필요한 도구를 샀다.
셀프 도배에 필요한 재료
1600원 가량의 목공풀(오공본드) 800g 한 봉 (남기지 않고 다 씀)
풀을 펴 바를 붓(부드러운)이 9800원,
벽지를 붙일때 사용할 밀대 겸용 붓(탱탱한)은 10700원,
그리고 집에 있던 헤라(대략 껌떼는 도구), 벽지, 커터칼, 가위, 신문지, 넓은 대야(다라이), 쓰레기봉투
도배를 글로 배웠어요.
요즘에는 풀바른 벽지가 나와서 그런지 풀을 이용한 셀프 도배 방법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보통 도배용 풀을 물과 1:1의 비율로 개어서 붙이거나 접착력이 떨어지는 스티로폼 같은 벽면이라면 목공용 풀을 추가로 섞어서 사용하는 듯 했다. 초배지(도배 대신 페인트로 치자면 젯소와 같은 역할)고 뭐고 재료는 목공풀 하나였고 도배지는 넉넉했다.
기존 벽지 벗기기
막상 작업을 시작하면서도 겸사겸사 꾀가 들었는데 벽지 한장 붙여보고 가능성이 영 아니면 무를 수 있길 바랬다. 벽지를 뜯지 않고 시공하고 싶었으나 이음새가 겹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크 벽지로 판명난 기존의 것은 표면에 코팅처리가 되어있어 접착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덧방이 불가능 하다고 했다.
가구로 가려질 부분에 콘센트 자리가 하나 있었고 위에 플라스틱 커버를 헤라로 분리했다. 자주 들여다 보고 만져봐서 주로 벽지 가장자리에 풀이 붙어있고 가운데가 살짝 떠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먹고 벽에 긴 칼질을 했고 열린 공간에 손을 넣어 종이를 찢었다. 새로 붙일 얇은 합지는 밑바탕이 고르지 않은게 티 날것 같아서 벽지를 뜯는 것도 신중했다. 그러나 준비했던 헤라가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잘 떨어졌다. 길었던 마음 준비에 비해 너무나 수월하게 벗겨져서 허무했지만 다행이었다. 실크 벽지 4장에 20리터 쓰레기 봉투가 꽉 찼다.
본격적으로 풀을 칠하기 위해 첫번째로 찾은 글에는 풀 봉투에 적당한 구멍을내어 도배지에 적절히 군데군데 짜서 바르는 법이 소개 되어있었다. 시험삼아 한장 시도했는데 한 두번 만에 포기했다. 뻑뻑한 본드로 넓은 벽지를 고르게 바르기는 쉽지 않았다. 벽지도 얇았기 때문에 풀이 묻고 안묻는 그 불규칙함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냥 철물점 아저씨의 조언대로 목공풀을 물에 살짝 개어 바르기로 했다. 농도에 대한 비율을 몰라서 최대한의 접착력을 위해 최소한의 물을 붓고 손에 라텍스 장갑을 끼고 주물러 섞었다.
도배 잘 하는 방법
신문지가 없어 남아도는 벽지를 깔개로 사용했다.
절대 모자르지 않도록 벽의 높이보다 넉넉히 재단한 도배지에 풀을 찍은 붓을 네모난 벽지의 1가장자리에 먼저 가져다 대어 2가운데 방향으로 풀을 바르기 시작한다. 1가장자리 사방에 풀이 안묻은 곳이 없도록 3밖으로 쓸어 마무리한다. 균일한 두께로 전체를 바르는 것도 좋지만 가장자리를 신경쓰고 가운데를 덜 바르면 효과적이면서 그만큼 덜 힘들다.
0.5mm 가량을 겹쳐 붙이는 일반 벽지는 종이 한쪽이 얇게되어 있으므로 신경써서 한 방향으로 향하도록 통일시켜 부착했다.
벽 높이에 맞춰 자른 벽지는 완벽한 90도의 모서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벽의 꺾이는 부분이나 세로선이 있는 부분을 기준으로 잡고 맞춘다. 길어서 아래로 갈수록 오차가 커지므로 꼭 아래까지 확인을 하고 나서 눌러 붙이기 시작해야한다.
위치를 잡았으면 간격을 확인한 근처 먼저 공기가 나가게 벽지의 중심에서 밖으로 쓸어 준다. 비교적 위쪽은 윗 방향으로 쓸고 아래는 아래로 왼쪽은 왼쪽으로 쓸어가며 눌러 붙인다. 위에서 부터 아래로 주욱 붙여도 되는데 위치 잡아둔게 다시 비틀어 질까봐 확실히 하느라 기준에 가까운 오른쪽을 먼저 붙여 나갔다.
아래는 붓 손잡이 부분으로 눌러서 뜨지 않게 붙여주고 날카로운 날을 사용하여 조심히 칼질 해야한다. 벽지가 눅눅한 상태여서 칼이 잘 안든다.
그리고 반복, 반복.
1시 반부터 시작해서 5시 반쯤 끝났을까. 작업 전에 가구를 옮기고 청소기로 먼지를 정리하고 중간에 잠깐 쉬고 바닥까지 닦아낸 것 까지 계산해보면 도배는 거의 딱 3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솔직히 셀프로 한 것 치고 전문가의 손길 부럽지 않게 너무 잘됐다. 좁고 단순한 면적임에도 힘들었지만 그만큼 만족감과 뿌듯함이 매우 오래 가는 중이다.
하지만.. 벽지 울면 정말 볼품 없으니까.. 넓은 면적을 직접 도배할 사람이 있다면 한번 더 생각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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