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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관련 없는 커피 업무로 생계를 유지했었다. 커피도 좋고 카페도 좋은데 문제가 발생하면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해결하는 회사로 인해 공장의 부품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목표 없이 하루하루 닥친 일을 해나가는 삶이 나와 맞지 않았다. 길고 긴 수직적 회사구조와 막막한 미래에 멘탈이 남아나지 않았고 물러날 곳이 없었다. 만년 월급쟁이를 벗어나기 위해 자아를 찾고 발전하는 시기를 갖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의 방과 후 활동에는 주로 그리고 만드는 과목을 선택했었다. 오래되어 가물가물한 기억 사이, 신문지에 가로획 세로획을 그리며 연습했던 기억은 꽤 생생하게 남아있다. 배움의 장르를 고민하다가 원래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서예를 고려하게 된 듯하다. 미술 전공이라 동양화 혹은 공예도 많이 생각해 봤지만 환경오염에 예민하고 실용주의적 미니멀리스트인 나에게는 거추장스러운 느낌이 많이 있었다. 왠지 검소하고 평생 갈 수 있을 듯한 취미로 판단되어 고른 서예. 마냥 검소한 취미는 아니었다... 아직 4개월밖에 안된 새내기지만 집중해서 글을 쓰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작은 성취가 반복되어 매우 만족스럽다.

 

서예를 시작할 때 필요한 것과 대략의 비용

  • 서예 수강료, 학원비 100000~150000
  • 벼루 20000원부터 

  • 먹/ 먹물 10000원, 3000원

  • 붓 18미리 50000원 내외
  • 종이 100매, 200매 사이즈와 매수에 따라 다르지만 약 9000원부터

  • 안근례비 8000원, +배송비

서예를 시작하며 참고한 첫 교본, 안근례비 / 고터 한가람 문구에서 구입한 먹

 처음 기초를 배울 때 사용한 붓은 18미리고 책은 안근례비이다. 주로 책을 살 때는 알라딘을 이용하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찾을 수 없었고 서실에 선생님께서 서예 용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http://www.art111.co.kr)을 알려주셔서 구매했다. 인사동에 가면 직접 구매할 수 있다고 하는데 대중교통 차비가 왕복이면 배송비랑 같아서 택배로 받았다. 깨끗하고 빠르게 잘 옴ㅎㅎ

 마제, 잠두, 철주 등 획의 다양한 종류를 이론적으로 알 수 있고 기초부터 따라 하는 것 으로 시작된다. 붓의 강약과 사용 방법을 작은 화살표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어 쉽게 따라 배울 수 있다. 매우 기초 부터 시작되는데 끝 부분은 어려운 한자로 가득하다.

서예 수업

글씨 연습을 위해 한지를 접어서 가이드 라인 만드는 중 / 획 연습

 백지인 한지를 16등분으로 접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용한다. 해봤다고는 하지만 완벽한 초보자이므로 종이를 접는 방법에서부터 붓에 먹물을 적시는 법, 잡는 법, 그리기 전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털이 긴 서예 붓을 물렁거리지도 뻣뻣하지도 않게 수직을 유지하며 선을 그어야 한다. 좋은 붓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씻고 보관할 때에도 붓의 털이 휘거나 엉키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다닌 서실에는 공용 벼루가 준비되어있었다. 주 1일 월요일마다 원장님께서 체본을 16자 써주시는데 방법을 열심히 보고 시간이 될 때마다 나와서 연습했다. 잘 안 되는 글씨, 체본과 비교하며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며 쓰고 또 쓰고 계속 쓴다. 연습의 양도 중요하지만 이론을 제대로 실천하려는 눈썰미와 자세가 있어야 발전이 빠른 것 같다. 신기하게도 붓 모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않고 구부러지는 대로 힘없이 스윽 그은 선은 티가 난다. 

 

서체의 종류

전서 연습 / 해서 연습

 중구난방이었던 옛 글자를 진시황제 시기에 문자 통일로 정리한 상형문자 같은 전서는 부드러운 직선이 주를 이루어 귀여운 느낌이 있다. 그 이후의 한자체는 전서를 다시 간추린 예서, 다음이 해서인데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두 서체 중에 보다 상용화되는 해서를 기본으로 연습하고 있다. 중국 당나라의 명필가인 안진경의 독자적인 서체는 해서에 속하며 줄여서 ‘안체’라고도 부른다. 이후에는 좀 더 흘려 쓰는 느낌의 행서를 함께 배우게 된다.